한국/조선 커뮤니티에서도 편집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에 견줘 토론이나 논의는 별로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주저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단편적이고 소모적인 토론이 아니라 누구든지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는 토론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것들부터 들어볼까 합니다.
주제를 또렷하게 해야 합니다.
주제가 불분명하거나 흐트러진 논의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심하면 언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설령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주제에 집중하고 혹시라도 어쩔 수 없이 글이 길어지거나 말이 많아졌다면 글머리나 글꼬리에 다시 한번 주제를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주제가 불분명하거나 주제가 여럿인 것처럼 보이는 글이 있다면 글을 정리해 주거나 글쓴이에게 주제를 또렷하도록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어쩔 수 없이 여러 주제를 건드려야 할 경우에라도 두세 가지를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숫자 같은 것을 붙여 분류해서 남들이 알아보기 좋도록 하고, 주제에 맞는 댓글을 달기 좋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근거나 출처가 논리에 힘을 줍니다.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입니다. 자신의 논리에 근거나 출처를 덧붙임으로써 논리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고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근거나 출처를 대지 못한다면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논리로 여겨질 수 있으며 말하는 사람 자체가 믿음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합니다.(사실과 의견 구분없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논리에서 '근거’가 중요하지만 모든 논리에 반드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의견’을 분명히 함으로써 자신이 말한 '사실’에 대한 신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둘을 뒤섞는 순간-듣는 이들이 이 둘이 뒤섞였다고 판단한 순간- 그 사람의 말은 단순한 의견을 사실로 억지부린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습니다.
토론을 위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이 두 가지는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1. 주제, 2. 근거와 출처, 3. 사실이냐, 의견이냐
그 다음으로 토론에서 갖추면 좋을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주제나 논리가 아닌)사람을 논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논제가 아닌 토론자를 공격하지 마십시오.)
사람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당신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거나 '당신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식입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재를 요청하거나 의사진행 발언으로 말하십시오. 논의 가운데 그런 얘기를 덧붙이는 것은 논점을 흐트리거나 엉뚱하게 틀어버리게 되며 논의가 쓸데없는 말싸움, 감정 싸움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강한 말투는 그만큼 상대방도 긴장하게 만들어서 더 강한 말투가 나오도록 만듧니다.
특히나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뭐든지 강하고 자극적으로 말해서 눈길을 끌려는 경향이 큽니다.(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종종 이런 짓을 합니다.) 하지만, 생산적이면서 차분한 논의를 위해서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겸손한 말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한 뜻을 정확히 아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입니다. 상대방 의견의 핵심을 잡지 못하면 얘기가 겉돌 수 밖에 없습니다.
말의 핵심이 헷갈리거나 부정확해 보이는 논점이 있다면 섣불리 판단하거나 넘겨짚지 말고 되물어보시고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논제에 집중하시고 사소한 사항은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소한 사항까지 되짚다 보니 논제가 산으로 가거나 말꼬리 잡기 식이 되기 쉽습니다.
덧붙여 상대의 논리 가운데 아주 사소한 것까지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 역시 논점을 엉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비록 오해가 있을지라도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믿어 주십시오.
부드럽게 표현해 주시고 서로 살짝 오해가 생길 때에는 표현을 약간 바꿔 보십시오.
말에도 향기가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으며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입니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곁가지에 끌리지 않도록 늘 주제에 집중해 주시고, 말 꼬투리를 잡지 마십시오.
부풀려 짐작하지 마십시오.
분명치 않거나 의심스러울 때는 되물어 보십시오.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여 주십시오.
설령 동의하지 못할 지라도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사람이 아니라 그 의견에 집중해야 합니다.
말썽이 커질 것 같으면 중재자, 사회자를 부르십시오.
서로 감정을 다치기 전에 중재를 요청하십시오.
힘 빼는 반응보다는 기운 돋우는 반응을 보여 주십시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지키면 좋을 일반적인 것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 제목에는 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핵심과 요점을 정리해서 적어 주십시오.(아울러, 질문인지 의견인지 같은 것을 알 수 있게 적어 주십시오.)
- 내용에는 되도록 간결하되, 설명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담아 적어 주십시오.(6하 원칙, 바라던 결과와 실제 일어난 결과, 문제의 과정, …)
- 궁금한 것이 있을 때에는 글을 쓰기 앞서 충분히 찾아 보십시오.
찾아 본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찾았으나 못 찾았다던지, 찾은 것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무엇이 달랐는지 혹은 찾은 것에 더해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한지 같은 것을 알려주면 처음부터 얘기를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됩니다. - 겪었던 문제를 설명해야 할 때는 되도록 자세한 상황과 함께 다른 사람이 그 상황을 똑같이 해 볼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혹은 그럴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사람이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갈무리 등)를 덧붙여 주십시오.
- 약간 다른 표현이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표현에도 신경 써 주십시오.(보기 : 압니까?-아십니까?-아시는지요? … 그 밖에도 자신의 생각인지, 널리 공인된 이론인지, 단순한 인용인지 등 : ~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합니다./~입니다. 등. 그 밖에도 너무 어려운 표현이나 속된 표현 같은 것도 되도록 피해 주십시오.)
특히, 흔히 쓰는 ‘-죠’ 말투는 오해를 낳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쉽습니다.(말이 전하는 느낌 : ‘-죠’ 말투에 대하여) - 특히 보람[태그]을 즐겨 써 주십시오. 이것은 나중에 비슷한 주제의 글을 엮어서 찾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글의 핵심에 걸맞는 낱말들을 보람낱말로 써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영어 보람낱말도 좋습니다.
저 역시 성격 급하고 감정적인 한국 사람이다 보니 논의와 토론에 서툽니다만, 제가 평소 생각하는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세와 길잡이로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혹 여러분이 평소 겪거나 생각했던 것 중에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면 덧보태 주신다면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논의와 토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덧붙이자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의견이라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