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M 편집은 취미를 넘어, 걷는 자의 현실을 회복하는 시민적 기여입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제주시 원도심의 보행환경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고자 여러 활동을 진행하는 가운데 느낀 점을 OSM 커뮤니티와 함께 나누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전례 없는 일을 지지해주시고 귀중한 자료도 흔쾌히 공유해주신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그리고 2026년 6월 제주 원도심 매핑파티를 지원해주신 TomTom Korea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도를 고쳐나가는 동료 OSM 매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의 초안은 직접 작성하였으며, 윤문은 GPT-5.5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혀둡니다.

1. 같은 도시라도 서는 데가 달리지면 풍경도 바뀐다

도시는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입니다. 위성사진으로 내려다보면 도로와 건물, 공원과 항구, 학교와 시장이 어느 정도 질서 있게 배치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같은 도시도 누가, 어떤 몸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나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제주시 원도심의 오현교는 그 차이를 잘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자동차를 탄 사람에게 오현교는 4차선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통과하는 공간입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은 넓고, 흐름은 자연스럽고, 이동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어집니다. 이때 도시는 ‘타는 자’의 도시입니다.


<그림1.> '타는 자’의 오현교

그러나 같은 장소를 걷는 사람에게 오현교는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초입부터 실외기와 가로등, 전신주와 각종 시설물이 뒤섞인 불과 30cm의 좁은 틈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차도로 내려서야 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휠체어, 유아차, 보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그 길은 단순히 불편한 길이 아니라 사실상 끊어진 길입니다.


<그림2.> '걷는 자’의 오현교

이것은 오현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도시 곳곳에는 이런 장소가 무수히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이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5분 거리인 곳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50분에 걸쳐 돌아가야 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도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는, 누구의 눈높이에서 도시를 기록하고 계획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2. 기록에 인색할 때, 계획은 위기에 빠진다

오늘날 도시계획은 자동차 중심의 근대적 계획이 남긴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보행친화도시, 생활권 계획, 15분 도시, 교통약자 이동권과 같은 말들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도시를 더 천천히, 더 가까이, 더 인간적으로 만들자는 논의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장에서 한 가지 이상한 공백을 자주 느꼈습니다. 우리는 ‘걷는 자’를 위한 도시를 말하면서도, 정작 걷는 자의 현실을 충분히 기록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가령, 생활SOC 접근성을 평가할 때도 여전히 차량 내비게이션 자료가 사용되곤 합니다. 15분 도시를 말하면서도, 그 15분이 실제로 걸을 수 있는 15분인지, 횡단보도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지, 보도는 끊기지 않는지, 경사와 단차는 어떤지, 아이와 노인과 휠체어 이용자가 실제로 지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데이터가 없으면 좋은 계획도 어렵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잘 기록되어 있지만, 사람이 실제로 걷는 길은 덜 기록되어 있다면, 계획의 눈높이는 결국 자동차의 눈높이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타는 자’의 시선으로 ‘걷는 자’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모순 위에서, 계획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위기는 거창한 실패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위기는 아주 사소한 무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좁은 보도 하나, 사라진 횡단보도 하나, 끊어진 골목길 하나, 지도에 없는 계단 하나, 잘못 연결된 보행로에 대한 기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3. 제주북초등학교 아이들은 가르친다

OSM의 필요성에 대한 저의 생각이 막연한 긍정에서 확신으로 바뀐 계기는 2023년 제주북초등학교의 통학로 관련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북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과 통학로를 살펴보는 활동이었는데, 저는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으로서 총괄책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림3.> 제주북초 통학로 현장활동 준비모임(다기관 협업 조율)

아이들은 스스로 '걷는 자’로서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을 아주 예민하게 읽어냈습니다. 어디가 위험한지, 어디가 어둡거나 불안한지, 어디에서 차를 조심해야 하는지, 어디가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지, 어떤 길을 자주 다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의 지도는 행정의 지도와 달랐습니다. 거기에는 속도보다 감각이 있었고, 시설보다 경험이 있었고, 도로명보다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림4.> 제주북초 아이들의 통합로 현장활동(도로폭을 재는 모습)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경험을 담아낼 상세한 지도가 없었습니다.

공공지도에는 도로와 건물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걷는 좁은 길, 학교 주변의 세밀한 보행 연결, 보도와 차도의 미묘한 경계, 위험하게 느껴지는 지점, 실제로 돌아가야 하는 경로, 걷는 사람에게 중요한 작은 지물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경험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 부족했습니다.


<그림5.> 제주북초 4학년 아이들의 주요 통학로

그때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걷는 자’를 위한 계획은 먼저 ‘걷는 자’의 지도를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그 지도는 관청의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질 수 없다고. 실제로 걷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장소를 아는 사람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판단한 것을 지도 위에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 OSM에서 희망을 보았다

제가 OSM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무료 지도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OSM은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지도’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의 현실을 지도에 반영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공공데이터는 일관성과 권위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 지도는 빠른 서비스와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나 걷는 자의 눈높이에 민감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보행자의 현실은 너무 복잡하고, 너무 자주 변하고, 너무 사소해 보이기 쉽습니다. 보도 위에 세워진 기둥, 턱 하나, 끊어진 횡단보도, 잘못 연결된 보행로, 계단 때문에 우회해야 하는 길, 자전거가 밀고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구간 같은 것들은 중앙집중적 방식으로는 일상의 속도와 눈높이를 알맞도록 공간을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OSM은 다릅니다. OSM은 거대한 간선도로만이 아니라 골목길, 횡단보도, 자전거길, 건물 출입구, 연석, 경사로, 그리고 동네 어귀의 작은 의자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만화경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특정 기업의 폐쇄적 자산으로 갇히지 않고, 공동의 지식으로 축적됩니다.

물론 OSM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곳도 많고, 틀린 곳도 있고, 지역별 편차도 큽니다. 그러나 저는 바로 그 점에서 OSM의 가능성을 봅니다. 비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채울 수 있습니다.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고칠 수 있습니다. 지역을 아는 사람이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는 더 생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OSM 편집은 단순히 지도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의 공간을 다시 읽고, 누락된 경험을 공적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5. 제주 원도심의 작지만 작지 않은 실험

제주 원도심에서 OSM을 활용하기 위한 준비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재직 시절부터 길게 보고 몇 가지 안배해두었습니다. LX제주본부를 설득하여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주 원도심의 고정밀 3D 모델과 정사영상을 구축해둔 것, 퇴근 이후에 개인 시간을 할애하여 제주 원도심의 모든 길들을 직접 답사하면서 기본적인 경로들을 아이패드에 기록하고 숙지해둔 것이 대표적인 포석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산들은 최근 맵파티로 이어지는 활동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그림6.> 제주 원도심 고정밀 3D 모델


<그림7.> 제주 원도심 보행로 네트워크 현장기록

저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퇴사로 수년간 정체되었던 작업은 감사하게도 전 직장인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다시금 물꼬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먼저 보행로를 다시 상세히 답사했습니다. 어느 길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지, 어느 구간이 보행하기 어려운지, 지도와 현장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했습니다. 기존에 구축되어 있던 3D 모델과 정사영상 자료도 개방하기 위한 사전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멀리서 보는 도시와 가까이서 걷는 도시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조사 기획과 조사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보행환경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기록할지, 어떤 기준으로 볼지, 보도 폭은 어떻게 측정할지, 경사와 단차는 어떻게 남길지, 보행 장애물은 어떻게 판단할지 정해야 했습니다.


<그림8.> 현장조사 사전점검모임 및 조사원 교육

현장에서는 워킹매저 등 장비를 활용해 보행공간을 측정했습니다. 보도 폭, 장애물, 경사, 단차, 횡단시설, 사진기록 등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QField 기반의 모바일 조사 환경으로 통합했습니다. 현장에서 남긴 위치, 사진, 측정값, 메모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나의 조사체계 안에 담았습니다.


<그림9.> 제주원도심 보행환경 현장조사 실황


<그림10.> QField 기반 현장조사 결과 통합

이후에는 이 조사 결과를 OSM 편집도구와 연계했습니다. 매퍼들이 단순히 위성사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조사 자료를 참고하면서 더 신중하게 편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Mapillary를 활용해 스트리트뷰 자료도 만들었습니다. 기존 정사영상은 OpenAerialMap을 통해 OSM 편집기와 연동했고, 3D 모델은 OSM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웹맵 형태로 공유했습니다.


<그림11.> QField 결과자료의 iD 편집기 통합 결과


<그림12.> Mapillary 기반 제주 원도심 스트리트 뷰 구축 결과


<그림13.> 제주 원도심 정사영상의 OAM 업로드 결과


<그림14.> 제주 원도심 3D 모델의 웹맵 탑재 결과

그리고 마침내 OSM Korea 커뮤니티와 함께 제주 원도심 매핑파티를 열었습니다. 제주 원도심 매핑의 취지를 설명하고, 현장조사 자료와 참고자료를 공유했습니다. 이후 여러 매퍼들이 함께 제주 원도심을 새로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비어 있던 길이 채워지고, 끊어져 있던 연결이 이어지고, 보행자의 네트워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림15.> 26년 6월 매핑파티 발제


<그림16.> 26년 6월 매핑파티 기념사진

저는 이 과정에서 OSM의 힘을 다시 느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더하면, 도시는 지도 위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그림17.> OSM 협업의 현장


<그림18.> OSM 편집 상황(매핑파티 before)


<그림19.> OSM 편집 상황(매핑파티 after)

6. 차량의 도시와 보행의 도시는 다르다

매핑파티를 계기로 대폭 보완된 OSM 자료를 토대로, 제주 원도심의 네트워크를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차량 네트워크와 보행 네트워크는 같은 도시를 전혀 다르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림20.> 제주 원도심 네트워크(전체)


<그림21.> 제주 원도심 네트워크(차량)


<그림22.> 제주 원도심 네트워크(보행)

차량 기준으로 보면 제주 원도심의 중심은 중앙로, 관덕로, 북성로, 탑동로 같은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나타납니다. 운전자에게 원도심은 큰길을 따라 기억되기 쉽습니다. 빠르게 지나가고, 직선적으로 연결되고, 차량 흐름이 많은 곳이 중심으로 보입니다.


<그림23.> 차량 기준 중심지(붉은색)

그러나 보행 기준으로 보면 다른 도시가 나타납니다. 탑동, 산지천, 칠성통, 제주성 성곽길, 한짓골 일대가 새롭게 부각됩니다. 자동차로는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골목과 옛길이 보행자의 도시에서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운전자에게는 주변부처럼 보이던 공간이, 걷는 사람에게는 중심적인 생활공간으로 나타납니다.


<그림24.> 보행 기준 중심지(붉은색)

특히 횡단보도의 연결을 보행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정해보면, 제주성내 옛길의 중심성이 살아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칠성통과 한짓골 일대의 연결성이 좋아지고, 성곽길과 남문사거리 주변의 보행 중심성도 달라졌습니다. 5분, 10분, 15분 보행권을 기준으로 보아도 중심지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층위로 달라졌습니다.


<그림25.> 횡단보도 재배치시 보행 기준 중심지(붉은색)

이것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도시는 하나가 아닙니다. 데이터가 달라지면 도시의 중심도 달라집니다. 차량의 데이터로 보면 간선도로의 도시가 나타나고, 보행의 데이터로 보면 골목과 옛길과 생활공간의 도시가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도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떤 도시를 지도에 남기고 있는 것일까요?

7. OSM 편집을 통해 도시의 회복에 참여할 수 있다

OSM 편집은 때로 아주 사소한 일처럼 보입니다. 건물 하나를 추가하고, 횡단보도 하나를 고치고, 계단을 표시하고, 길의 연결을 정리하고, 잘못된 태그를 수정하는 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조용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작은 편집들이 조용할지언정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에서 누락된 보행로를 추가하는 일은, 현실에서 누군가의 길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끊어진 길을 바로잡는 일은, 보행자의 이동을 데이터 안에서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횡단보도를 정확히 표시하는 일은, 사람이 어디에서 길을 건널 수 있는지 공적으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계단과 경사, 턱과 장벽을 기록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의 차이를 분명히 해주는 일입니다.

OSM 편집은 일부 지도 덕후들의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지도를 좋아합니다. 길을 보고, 태그를 고민하고, 위성사진과 현장을 대조하고, 이상한 연결을 고치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 즐거움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도에 선 하나를 그을 때, 그 선은 누군가에게 길이 됩니다.
우리가 높은 연석을 표시할 때, 그 정보는 휠체어에게 우회해야함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바로잡을 때, 그 편집은 도시의 맥락을 바꿉니다.
우리가 동네의 작은 골목을 기록할 때, 그 골목은 비로소 공적인 지도 위에 존재하게 됩니다.

OSM의 진정한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OSM은 세계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공간을 더 정직하게 기록하는 시민적 실천입니다. 특히 ‘걷는 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OSM은 도시를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8. 걷는 자의 눈높이로 함께 그리자

좋은 계획은 좋은 지도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좋은 지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현장을 보고, 의심하고, 확인하고, 고치고,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OSM 매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때로 느리고, 반복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그런 반복 위에서 조금씩 더 정확하게 기록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기록된 도시는 더 나은 계획과 더 나은 이동, 더 나은 생활의 토대가 됩니다.

제주 원도심에서의 작은 실험은 저에게 큰 확신을 주었습니다. OSM은 단순한 지도가 아닙니다. OSM은 ‘걷는 자’의 경험을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OSM은 보이지 않던 길을 보이게 하고, 끊어진 연결을 드러내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이해를 넘어 생활공간의 실제 구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더 많은 보행로가 기록되어야 하고, 더 많은 횡단보도가 정확히 연결되어야 하며, 경사와 단차, 계단과 턱, 자전거길과 보행 장애물도 더 충실히 담겨야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기여가 중요합니다.

OSM은 완성된 지도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도시를 꿈꾸는지도 그 안에 담길 수 있습니다.

OSM은 우리와 같은 ‘걷는 자’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오늘도 누군가가 조용히 고치는 작은 편집에서 시작됩니다.

길 위의 현실을 지도 위로 가져오는 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이동을 기록하는 일.
도시를 다시 걷는 자의 눈높이에서 그리는 일.

그것이 우리가 OSM을 통해 함께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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