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한반도) 커뮤니티의 공식 논의, 합의와 얽혀 생각해 볼 몇 가지

약간 비슷한 결이기도 하고 또 댓글도 별로 달릴 것 같지 않아 굳이 따로 빼지 않고 윗 글에 이어붙여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논리에 따른 사고와 형식을 갖춘 논의에 대하여…>

논의에 있어 질과 깊이는 여러가지지만 여기서는 원칙적인 부분이나 기본 태그 같은 것을 정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보기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법(법규)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법이 있어야 하는 배경이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슷한 다른 법과의 관계나 서로 맞부딪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야 하며 그 법이 미칠 영향 등도 미리 예상해 봐야 합니다.
(도둑이 많아진다고 해서 단순히 도둑을 지킬 파수꾼을 늘리자는 건 제대로 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교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도둑이 많아진 것이 어떤 원인이냐에 따라 다양한 근본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리고 어쩌면 당연히도, 대부분의 우리 같은 전문가가 아니고 전문 지식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 그런 것들을 다 제대로 살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려 논의를 하고 조사를 하고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처음 의제를 꺼내는 분이 그 정도까지가 자신없다면 여러 근거를 내놓아서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명료해야 합니다.(적어도 기본 원칙, 기본 태그에 대해서는…)

OSM은 테두리가 명확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공동체’라고 하기에도 뭣할 정도로)무척 느슨한 무리에 가까울 것입니다.
다르게 보면 이 곳은 저잣거리하고도 비슷합니다. 여기에 거의 늘 계시는 분도 있고 때마다 와 있는 분도 있지만 보다 많은 분들은 그때 그때 왔다 가곤 하고 또 많은 분들은 그냥 한번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기본적인 것은 매우 쉽거나 단순해야 합니다.
테두리가 명확하고 구성원이 뚜렷한 곳에서는 원칙에 해당하는 것을 교육, 계몽, 이해시킬 수도 있겠지만, 테두리가 뚜렷하지 않고 흘러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흘러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런 것을 강요하려다 보면 서로 충돌이나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보기로, 옛날에는 건축 기술이 발달하지 않다 보니 문을 한쪽 방향으로만 열 수 있었지만 요즘은 왠만하면 어디서 밀어서도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으레히 문을 밀어서 열고 지나가려 하는데 가끔씩은 당겨야만 하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에 아무리 '당기시오’라고 크게 써 붙여놔도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밀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해결책은 안내문을 써 붙이거나 규칙을 더 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왠만하면 밀어서 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은행 같이 특수한 곳은 보안상 일부러 당겨서 열도록 하고 있으니 이런 경우는 제외입니다.)

물론 기본 원칙이나 기본 태그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좀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OSM에서 보기를 들어서, OSM에서 '건물’은 어찌되었건 건물 가장 바깥선을 건물 선으로 보고 일단 모든 건물 지물은 'building=yes’만 붙여도 됩니다.
하지만, '건물’도 자세히 보자면 단독 주택도 있고 상업 건물도 있으며 ‘지붕’ 같은 '건물 일부분’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이 모든 것은 고려해서 매핑해도 되지만, 가장 단순하게 건물 가장 바깥 선을 따라 ‘building=yes’ 만 붙여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주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와서 OSM 위키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안내조차 제대로 읽지 않는 이용자에게 여러 속성을 고려한 복잡한 태그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기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사, 연구, 논리, 정리의 필요성과 중요성

어떤 일에나 상황에 맞는 말의 투가 있게 마련입니다. 가볍게 수다를 떨 때는 수다의 투가 있고, 회의를 할 때는 회의의 투가 있으며, 학술 모임에서는 또 그에 맞는 투가 있습니다.
작은 문제는 그에 맞는 나름의 풀어가는 방식이 있고 큰 문제에는 또 그에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쪽지판에 포스트잇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수십쪽 짜리 자료를 내어놓고 논의를 해야만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는 민간 단체, 기구가 재난 시에 재난 구호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봅니다.
그에 걸맞는 태그를 제안하고 그에 따른 논의를 하고 또 그것을 위키로 정리하는, 한 가지 태그를 제안하기 위해 실로 방대한 작업이 이루어 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새로운 제안들이 그런 식으로 꽤 까다로운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진행이 됩니다.
그냥 툭 던지듯이 제안을 하고 몇몇이서 논의를 하고 대충 합의하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알기 어려운 몇몇 태그나 운영 원칙은, 때로는 명확하지 않거나 때로는 복잡함 때문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한국/조선 커뮤니티에 속해 활동하는 기여자들은 대부분은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논의를 이끌어 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또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준비와 조사와 연구를 하고 논리를 갖춰 정리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제대로 된 근거나 논리가 없거나 혹은 내놓지 못하는 논의의 경우에는 설령 그것이 어찌어찌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곧 금방 다른 사람에 의해 부정을 당하거나 의심을 받고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리를 함에 있어서도 평소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해 둠으로써 나중에 전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포럼’ 같은 곳에 적기에는 좀 모자라거나 정리가 덜 되었거나 단편적인 의견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OSM의 ‘사용자 일기’ 같은 곳에 정리해 둠으로써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또 본인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설령 휘발성이 강한 공간에서 짧게 던지듯이 논의할 때에도 그런 곳에서 다 할 수 없는 전체적인 얘기들은 따로 정리를 해 두고, 그 곳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만 얘기를 하고 나머지 전체적인 것은 다른 곳에 정리해 둔 것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휘발성이 강한 공간에서도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생활 중심적, 편의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느 지도나 특수한 지도가 아닌 다음에는 거의 모두 생활 중심적이고 편의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어차피 생활에서 편리한 '활용’을 전제로 연장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특수 목적이나 혹은 특수한 사람들이 쓰는 지도가 아니라면 그 규칙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보기를 들어 ‘대나무밭’(일단 여기서는 '대밭’이라고 하겠습니다.)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태그를 써야 할까요?
아마도 대부분은 큰 의심없이 ‘숲’(landuse=forest)으로 태그를 할 것 같습니다.(설마 '대밭’이라고 'landuse=farmland’로 태그하는 이는 없겠지요? … 웃자고 한 얘기입니다… ^^;; )
그런데 조금 깊에 생각해 보면 ‘’(bamboo)는 나무가 아니라 풀입니다.(게다가 심지어 '벼과’네요…)
그렇다면 '대밭’은 풀밭, 초원, 목초지(landuse=meadow)로 태그되어야 맞습니다만, 아마 그렇게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대’는 엄연히 학문적으로 갈래 상 '풀’이지만 우리는 일반적인 인식에 따라 '나무’로 보고 '대밭’은 나무가 무리를 이룬 '숲’으로 봅니다.
OSM은 생활상 활용을 위한 연장이지 연구 성과를 기록하는 학술 플랫폼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하위 속성에서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학술적인 성격이나 속성이 들어가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이거나 기초적인 규칙이나 태그에서는 처음 걸음을 한 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쪽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그런 점이 약간 있고 그래서 그것은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만,…)규칙이나 태그에서 깊이를 더해가다 보면 좀더 정교하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규칙이나 태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쪽으로 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규칙이나 태그의 발전이 기본적인 것은 그냥 건드리지 않고 내용이 깊게 발전해 간다면 크게 상관이 없겠으나(초보자 분들에게는 사실 이것조차도 헷갈리는 요소가 됩니다만…) 기본적인 것까지 건드리기 시작하면 복잡해 지고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앞서 든 보기를 다시 들자면, 만약 애매한 태그를 없애기 위해 ‘building=yes’ 키를 없애고 ‘building’ 태그의 속성을 명확히 하도록 규정한다면 많은 분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며 특히 책상머리에서 편집하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울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