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글은 OSM 체계를 보는 제 시각일 뿐이므로 이 글에 대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 글의 논점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홀로 OSM을 대표할 수도 없으며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사실 다른 글에서도) 논의의 값어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시면 되고 논의의 값어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논의하고 결정(합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꽤 열려있는 모양새인 OSM의 성격 때문에 그것을 분명히 하기가 무척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봅니다.(물론 장단점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여기서 그것을 정하려 하기 보다는 그것을 정하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들에 대해 적어 보려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논의에는 차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원칙적인 부분을 정하고 큰 부분을 정하고 그 다음에 작은 부분들로 나아가는 것이 큰 방향일 것입니다.
OSM의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 못해서 뭐라 하기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지역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앞선 분들의 바램이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근본적인 부분, 원칙적인 부분부터 조금씩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비록 근본적인 부분, 원칙적인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순서론이 아니라 다른 부분들을 정리하면서도 늘 근본적인 부분, 원칙적인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조선 커뮤니티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논의가 정당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식 논의를 위한 공간
먼저 OSM 관련 논의 공간에 대해 좀 살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식 공간은 '포럼’이 있습니다.(게시판의 형태를 빌어 '포럼’이라고도 하고 때로는 '공식 커뮤니티’라고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커뮤니티’라고 할 때에는 너무나 많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포럼’ 안에는 통합 공간과 함께 몇몇 지역별 커뮤니티도 있는데,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대체로 이 '포럼’이 공식 공간이지만 커뮤니티에 따라 따로 공식 공간을 꾸려서 쓰는 곳들도 있습니다.(편의성을 위해서는 매우 좋은데, 제 생각으로는 이 체계 때문에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지역 커뮤니티들이 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아주 옛날부터 쓰던 '메일링 리스트’도 일부 사람에게는 여전히 공식적인 공간처럼 인식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아주 옛날부터 쓰던 IRC와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여러 채팅 서비스(디스코드, 슬래, 텔레그램 등)가 있고, FB, X(twitter) 같은 SNS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적으로는 '포럼’이 가장 공식적인 공간으로 봐야겠지만, 지역 커뮤니티가 합의한 다른 공간들에 대해서도 딱히 간섭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제 생각으로는 메일링 리스트 같은 경우는 요즘은 쓰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여튼 공식적인 논의는 '공식 포럼’과 OSM 태그 같은 것과 얽혀서는 OSM 위키에서의 논의와 아주 가끔 메일링 리스트를 통한 논의 등이 있다고 봅니다.
지역적인 의제에 대해서는 딱히 지역 커뮤니티의 합의를 존중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태그’와 얽혀서는 OSM 위키에서 제안하고 논의를 거치는 것이 정식 절차로 알고 있습니다.(제안 절차에 대해서는 ‘Proposal process’ 문서에 정리가 되어 있네요.)
그 밖의 일반 논의에 대해서는 '포럼’이 공식 논의 공간인 것 같고, 지금도 종종 공식적인 논의 공간으로 쓰이는 ‘메일링 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제는 공식적인 공간으로써의 지위를 거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소한의 유효성을 가지기 위한 조건들
어떤 논의를 하다 보면 가장 애매하고 곤란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기를 들어서, 만명의 구성원을 가진 집단에서 한두 사람이 논의를 제기하고 열 사람 정도가 논의해서 의견이 모아졌다 한들 그 논의에 대해 유효성을 주기는 참으로 애매합니다.
다행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OSM 위키에서 주로 태그 논의를 할 때는 '적어도 8표 이상의 찬성표와 적어도 75%의 찬성표’가 있어야 충분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합의가 있습니다.
이런 지지 비율이 어떤 논의에서 해당하는지-'태그’에 대한 논의에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다른 운영에 관한 논의에도 해당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지 못했으나, 적어도 새로운 태그를 만들거나 바꾸는 데에는 대체로 이런 합의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논의, 보기를 들어 논의나 운영에 관한 내용이나 지역적인 내용 같은 것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할지, 혹은 지역적인 내용일 경우 지역 커뮤니티가 합의하면 좀 달라도 될지 같은 문제가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설령 지역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유효성,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 가운데 좀더 많은 이들이 동의한 의견이라야 그나마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조금 소극적이더라도 여러분의 최소한의 의사 표현 같은 동참이 꼭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 걸쳐 꼼꼼하게 절차나 동의자의 숫자나 비율을 정해두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일이란 것이 한번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한도 없이 따질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요건과 새로운 문제 제기를 위한 조건들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구성원 테두리가 정해져 있지 않은 OSM 같은 체계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요건이나 공식화되고 문서화된, 언제든지 참조 가능한 기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파묻히기 쉽고 찾기도 쉽지 않은 휘발성 매체-SNS, 메신저 등-는 공식 공간으로 쓰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기회에 따로 글을 하나 쓰고 싶네요… ^^
충분한 논의 없는 투표에 대하여
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바로 어느 정도의 논의가 '충분’한 논의인가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방식에서 흔히 편하게 쓰는 방법이 ‘투표’ 같은 것인데, 사실 저는 ‘충분한 논의’ 없는 투표는 다수의 횡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다수파가 머릿수를 내세워 정당성을 얻고 싶을 때 흔히 쓰는 방법이 ‘투표로 결정합시다’ 같은 것입니다.)
특히 구성원의 테두리가 명확하지 않은 OSM 커뮤니티 같은 구조에서 가장 애매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구성원의 절대수가 많고 논의가 활발하다면 그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구성원의 절대 수가 많지 않고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 또한 많지 않다면 그 만큼 그 정당성도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지 몇 명 이상의 사람이 논의에 참여했는지를 떠나 그 논의가 얼마나 폭 넓고 깊게 이루어지는지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고민거리만 던지게 되어 무척 미안한 마음입니다.
포럼의 한국/조선 커뮤니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논의들이 나왔지만 딱히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시피 한 상황입니다.(사실 그나마 ‘한국의 도로’ 같은 경우도 그 동안의 논의를 정리한 수준이지 논의하고 합의했다고 하기에는 솔직히 좀 모자라는 것이 많은 실정이고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최소한의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제 바램으로는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 하더라도)여러가지 논의와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활성 사용자를 좀더 늘렸으면 했으나 이전보다 활발한 (논의)활동을 보이는 분이 아주 약간 늘어난 것 같습니다만 유의미하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좀 그런 것 같습니다.(OSM 편집에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 꽤 되는 것 같은데, 그것이 활발한 논의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큰 숙제인 듯 합니다.)
이런 저런 글에 잠깐씩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만, 당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두고두고 볼 수 있고 또 나중에 언제라도 논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조금 더 공식적이고 조금 더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공간에, 논의를 위한 작은 조각이라도 남겨두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공간인 '포럼’이면 더 좋겠지만 여러가지 까닭으로 '포럼’에 쓰기에는 좀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의 블로그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서 얽힌 글들을 써 두고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거나, 하다 못해 OSM의 ‘사용자 일기’ 공간에 생각의 자욱을 남겨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포럼’ 이외의 공간이라면 다른 사람이 항상 찾아 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논의가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의 생각을 좀 더 쉽게 말해줄 수 있고 또 이전에 본인이 했던 생각들을 정리해 둠으로써 나중에 본인에게도 생각을 정리하거나 생각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OSM 사용자, 편집자들이 보다 많이 논의 공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에 못지 않게 논의 공간에 있는 분들이 이런 저런 활동을 통해 흐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SM 편집에 새로이 재미를 느낀 분이 나타났을 때 놀 수 있는 공간, 놀 수 있는 꺼리가 있어야 그런 분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프라인 모임도 좋고 매핑 모임도 좋고 혹은 지도 편집을 핑계로 한 공부 모임도 좋고 뭐라도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한국/조선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좋은 꾀들이 많이 보태지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