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지명에 한자표현이 뒤섞인 ‘name:ko-Hani’ 키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텔레그램에서 보기)
처음 질문의 요지는 한국어 한자 표기를 적는 ‘name:ko-Hani’ 키에 한자와 한글이 함께 있는 것에 대한 것이었으나, ‘key:name:ko-Hani’ 키가 지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name:ko-Hani’ 키를 쓰느냐 마느냐는 제쳐두고 해당 키의 쓸모와 지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등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아울러 제 의견도 좀 덧붙이겠으나 너무 제 의견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연구하는 자세로 논리를 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옛날에는 한자말에서 유래한 혹은 한자말에 바탕을 둔 지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뒤섞이거나 변형되어 쓰이기도 하고 다른 외국어가 뒤섞이기도 하며 지명으로서는 더 이상 그 유래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게도 되었습니다.(게다가 이제는 점점 한자 사용층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군다가 요즘은 각 언어별로 표지판을 달리 적어 주고 있기도 합니다.(심지어 좀 심한 경우는 대륙 중국인을 위한 한어 간체, 대만인을 위한 정통 중국 한자, 일본인을 위한 일본 신자체까지도 적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좀… ㅡ.ㅡ)
특히 요즘은 영어나 그 밖의 다른 언어에서 비롯된 지명 표현들도 많은데, 굳이 한자 표현을 적어준다면 다른 언어에서 비롯된 지명에서도 똑같이 밝혀주어야 할 근거도 될 수 있을 듯 합니다.(영어에서 비롯된 지명에는 ‘ko-En’, 프랑스말에서 비롯된 지명에는 ‘ko-Fr’…? 게다가 그게 본디 말글의 문법을 벗어난 것이라면…?)
부산에 '괘법르네시떼역’이란 경전철역이 있습니다.
'괘법’은 그 부근의 지명이고 ‘르네시떼’(Renecite)는 근처에 있는 큰 쇼핑몰 이름인데, 이것은 프랑스말을 빌려와서 짬뽕시킨 것으로 본디 프랑스 말글법으로 하자면 ‘시떼 르네’(cité renée)라고 해야 하는데 표기법과 철자 또한 본디 글법과 다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프랑스 특유의 표시점 같은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영어처럼 보이지만 영어권 사람들도 무슨 말인지 모를테고 더더군다나 프랑스 사람들은 더 모르지 않을까요?)
심지어 한자말에서 유래하였지만 변형되어 우리말화한 지명들도 있고, 본디 우리말 지명인데 한자를 빌려서 쓴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지명을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도의 쓰임새와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지도 쓰임새 외의 쓰임새로 필요한 경우에는 ‘key:description’ 키에 적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한자 유래 뿐만 아니라 그 지명과 관련된 여러가지 정보를 적어두면 도움이 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관행처럼 써 오던 것을 굳이 못 하게 할 필요도, 또 못 쓰게 할 방법도 없을 것입니다만, 공식적으로는 쓰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지금 당장 합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크게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
‘name:ko-Hani’ 키를 쓰는 것이 지도로서의 쓰임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며 지도의 본디 쓰임새와는 별 상관이 없다.
- 유래가 된 한자를 적어준다면 유래가 된 다른 언어도 적어주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다.
- 외국말에서 빌려왔지만 변형이 되었거나 본디 말글법에서 벗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name:ko-Hani’ 키를 써야 할 근거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봤습니다만, (지도 본래의 역할에서 보자면)그냥 관행적으로 해 오던 것이라는 것 밖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저 역시 지명의 유래를 알려주는 필요는 생각을 했으나 이것은 지도 본연의 역할에서도 벗어난다고 보며 단지 이런 이유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맴돌이가 됩니다.)
혹 지도로서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name:ko-Hani’ 키를 써야 할, 혹은 쓰면 좋을 근거가 생각나시는 분은 덧붙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단답식 설문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해 보자는 것이므로 단지 의견이 아니라 생각의 근거를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