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본디 글은 '한국 안에서 오픈스트리트맵 사용을 늘릴 방안에 대하여’입니다. 본디 글이 나중에 더 다음어 졌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오픈스트리트맵’과 같은 개방형 지도가 뿌리 내리기 어려운 원인부터 좀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 큰 것이 바로 정부의 정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이것은 정부의 정책이 나쁘다는 얘기 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 나름의 책임감이나 쓸모를 생각해서 나서 주면 가장 좋겠지만, OSM 같은 개방형 지도가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많이 쓰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자발성에 바탕을 두고 지도 제작이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건 그야말로 모래성 쌓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를 핑계로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막고 있는데, 사실 이에 대해서는 사람들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그냥 핑계이고 우리나라 기업을 살려주려는 속내가 큰 것 같습니다.(일종의 보호 정책)
좀 덧붙이자면, 다른 나라에서 서비스하는 위성사진을 보면 우리나라 보안시설까지 아주 또렷하게 나올 뿐만 아니라 돈만 내면 해상도가 엄청난 지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며 우리의 잠재적 적국들 또한 이미 우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리 정보는 다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지리정보를 막아두는 것이 결국은 우리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보며 특히나 요즘처럼 온갖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는 마당에는 더더욱 파생 기술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튀는 얘기지만, 우리가 예술이나 영화 분야를 개방한 것이 오히려 지금 우리의 예술과 영화가 세계에 힘을 떨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결과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 일 수 있기 때문에 단지 1대 1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바로 우리나라 상업(?) 지도의 우수성인데, 우리나라 상업 지도의 정보에 대해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모양새나 쓰임새 쪽은 가히 쫓아 올 지도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기에서 높은 해상도의 화면이 많아진 지금에도 우리나라처럼 색색깔로 혹은 화려한 3차원으로 표시해 주고 게다가 지도 안에서 길찾기는 물론 대중교통 안내에 대중교통 도착시각 안내에 목적지 도착 예정시각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것은 잘 갖춰진 대중교통 시스템도 크게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갈래의 지도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고 또 그 만큼 낯설어 하기도 하고…
# 정부의 정책 방향과 개방 요구
저도 점진적인 개방, 적응 기간을 두는 개방을 지지하는 쪽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거나 무조건 막아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정부에서도 여러가지 지리 관련 데이터 들을 개방을 해 놓기는 하나 이건 철저하게 한국 안에서만 쓰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쓰일 수 있는 지도에는 실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좀 모순, 어폐가 있는 것이, 그렇게 개방해 놓고 어떻게든 외국 사람이 내려받아 이용을 하는 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그래서 누리집 자체를 막는 꼼수를 쓰기는 하지만, 그런다고 그걸 비껴 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에는 자국민의 자유로운 이용을 더 불편하게 만느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국가 보안 시설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가 보안 시설이 아닌 것에 대한 지리 정보는 개방을 해서 누구나, 어디에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합니다.
한국의 '공간정보관리법’에는 '기초측량성과’에 대해 막고 있습니다만, 이런 건 어떤 근거로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뭐, 법이란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심지어 정밀 측량은 허가받지 않은 이는 하지 못하도록 까지 되어 있으니, 결국은 대충 손으로 보고 그리거나 기껏 GPS 기기로 데이터를 모아서 손으로 손수 편집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심지어 비정부단체, 시민단체에서 나름의 쓸모로 지도를 쓰려고 해도 상업 지도를 돈 주고 사거나 하는 방법 밖에는 없게 됩니다.
오픈스트리트맵에는 나라마다의 사정에 얽매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다 그려넣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전쟁 상황 같은 아주 예외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결과물의 지도로는 한국에서 쓸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그래서 ‘오픈스트리트맵’ 경우도 한 개인이 돈 들이고 애써서 '군사시설이 빠진 지도 타일’을 따로 서비스해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지리 데이터의 자유로운 사용과 함께 그 파생 기술력을 위해서라도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 '군사시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시는 분이 계실 줄 압니다만, 오히려 법의 테두리로 끌어들이면 군사시설을 뺀 채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으니 사실은 더 나은 방법입니다.(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법이 닿지 않는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전반적인 정책 방향 하고도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법령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방법 또한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가지 핑계를 댑니다.
심지어 ‘국토정보플랫폼’ 누리집은 외국에서는 접속할 수가 없는데, 담당자는 뭉뚱그려서 '외국에 나가면 안 되는 정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국내 측량성과 때문이라는 건 이해가 가는데 그 밖의 내용은 보여줘도 괜찮지 않겠냐’고 되물어도 역시나 안된다고만 답변을 했습니다.(어쩌면 그 담당자조차도 왜 막는지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되 어떤 것들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정보를 보호하고 선별적으로 개방한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정보는 기본적으로 개방되는 쪽이 되도록 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 정치권이나 사회단체들과도 어느 정도 연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사실 이게 글 쓰는 데에 늘 걸림돌이었습니다. 이렇게 두루뭉실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
# 비정부단체, 시민단체
위에서 말했다시피, 우리나라 안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지도가 흔치 않고 상업지도 또한 그 질이 뛰어나서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지도를 쓰는 것을 낯설어 하다 보니 시민단체, 사회단체들도 지도 서비스가 필요할 때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픈스트리트맵 같이 라이선스가 자유로운 지도가 좋은 점과 공동편집하는 특성을 살려서 비정부단체, 시민단체가 쓰는 여러가지 지도에 오픈스트리트맵을 쓸 수 있도록 홍보하고, 또 쓰임새에 대한 홍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보기로, 어떤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특정 지물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지도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오픈스트리트맵에 그려넣고 특정 지물에 대한 데이터만 뽑아서 보여준다면 참으로 간단한 일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지금이라도 지물의 속성 값만 잘 정리가 되어 있다면 어디에 어떤 시설물이 있는지를 쉽게 보여줄 수가 있습니다.
이미 '지도’라는 플랫폼은 마련되어 있으므로 그 지물을 편집해 넣는 노력과 그것을 보기좋게 보여주는 것에만 노력을 들이면 손쉽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으니, 그 단체들도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며, NGO의 운영 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봅니다.
그 밖에도, 오픈스트리트맵의 HOT 팀처럼 재난 같은 데에 도움을 주는 활동은 기여자들에게 보람도 주고 사회에 도움도 될 뿐만 아니라 '오픈스트리트맵’의 철학을 몸소 보여주는 일이라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기업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고 모두가 소유자이면서 어디에도 매이기를 싫어하는 오픈스트리트맵의 성격을 생각하면 돈벌이(수익)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과 연계하는 것은 여러가지 걱정과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아직은 댓가없는 기부에는 좀 인색한 우리 기업 환경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거꾸로 일부 기업들은 '오픈스트리트맵’이 자유 라이선스라는 점을 악용(?!)하여, 최소한의 저작권 표시조차도 없이 그냥 쓰는 경우도 있어 좀 안타깝습니다.
이 또한 '오픈스트리트맵’의 철학을 알리고 최소한의 저작권 표시로 자유로이 쓸 수 있도록 홍보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바지[기부]도 받는 것도 고려하고 대비해 둘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픈스트리트맵’의 철학을 많이 알리면 알릴수록 기업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이바지에 참여하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멀리는 외국처럼 기업들의 지리 정보를 오픈스트리트맵에 적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정부의 정책 변화를 끌어 낼 수 있다면…!)
# 일반
일반 사용자 역시 앞서 말한 우리나라 지도 서비스의 환경 때문에, '오픈스트리트맵’을 낯설어 하거나 별로 흥미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부기구나 기업들의 사용을 장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눈에 익게 하고, 오픈스트리트맵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오픈스트리트맵에 흥미를 갖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픈스트리트맵’의 상대적인 장점이라면 역시 상업지도의 화려한 모양새와는 다르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알찬 정보일 것입니다.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알리고 또 쓸 수 있게 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유 라이선스 지도를 찾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일반 사용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오픈스트리트맵’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상업지도 밖에서 하는 ‘길찾기’ 같은 경우에는 오픈스트리트맵을 바탕으로 한 것이 꽤 됩니다.
일반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우선은 사랑방[커뮤니티]을 중심으로 기여자들을 늘리고 또 그 기여자들이 홀로 편집하지 않고 여러 커뮤니티 채널에 묶여있게 함으로써 비록 띄엄띄엄이더라도 쭉 편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 밖에, 교육 현장 등
교육 현장과 연계해서 오픈스트리트맵이 지리 공부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인문 관련 지식을 쌓는 데에도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오픈역사맵[Open Hstorical Map]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현장에서 오픈스트리트맵을 좀더 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그로 인해 기여자들도 늘리며 그 기여자들이 나중에 까지 편집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자유 라이선스 지도가 많이 활용된다면 자연스럽게 그 철학도 알리고 그 경험이 나중에 쭉 지도의 사용으로 이어지는 효과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많은 것들 가운데, 지금 한국(여기서는 잠깐 북한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사랑방의 역량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은 사랑방을 활성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단계적으로 하기 보다는 유기적으로 엮어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그런 활동들을 통해 사랑방을 활성화하고 사랑방 활성화 과정에서 더 높은 단계의 활동을 하고 하는 식의 유기적이고 순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사랑방을 활성화하고 기여자들을 뭉치게 하는 데에 있어, 열성 기여자와 간헐적 참여자, 일회성 참여자 거기에 더해 단지 필요에 의해 오는 사람에 대해 각각 다른 대응과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봅니다.
역시나 써 놓고 나니 그렇게 깊이는 없어보입니다만, 이 글이 논의거리가 되어 보다 나은 대안들은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