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문화와 얽혀 ‘문’과 ‘일주문’, ‘홍살문’ 같은 것에 대하여…

앞서 어느 글에서도 썼습니다만,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OSM)을 편집하다 보면 여러가지로 공부가 되기도 하고 또 개념을 정확하게 잡으려다 보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게 되기도 합니다.
여튼, ‘지리’라는 것이 ‘문화’하고도 얽혀 있다 보니 뜻하지 않게 문화 쪽으로나 역사 쪽으로나 여러가지로 공부가 많이 됩니다.
앞서는 ‘탑’, ‘부도’, ‘pagoda’, ‘stupa’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관문’, ‘일주문’, ‘홍살문’(토리이, 패방) 같은 얘길 해 보겠습니다.

OSM에서 ‘일주문’(一柱門;Iljumun:One-Pillar Gate)은 어떻게 갈래지어야 할까요?
어쨋든 넓게 봐서는 기둥과 지붕이 있는 ‘건물’이니 ‘building’이겠으나 ‘building’에도 여러가지가 있는 지라… 특히나 OSM에서는 아주 폭넓게 보기 때문에 뭐라도 가려져 있으면 전부 ‘건물’로 보며 심지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조차도 ‘건물’로 보고 있습니다.(‘배 위 집’ 같이…)
‘일주문’ 역시 ‘건물’이기는 한데, 다른 역할은 없이 기둥과 지붕으로만 되어 있고 우리가 흔히 ‘일주문’이라고 부르기는 하나 흔히 통제의 구실을 하는 ‘문’과 달리 그냥 구조물일 뿐입니다.
여느 ‘건물’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역시 벽이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보통 절에서 ‘일주문’ 안에 있는 ‘천왕문’(천왕각)인데, 적어도 두 줄 이상의 기둥을 가지고 있고 벽체도 있으며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어 여러 구실을 더불어 하고 있습니다.
천왕문은 같은 ‘문’으로 불리지만 사실 버젓한 건물이란 점에서는 ‘천왕각’이 더 정확할 테고, 이 곳이야 말로 절의 큰문으로써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일주문’에는 아무 장애물이 없으나 ‘천왕문’에는 보통 문짝이 달려 있고 이 곳이 실질적인 절의 대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역 상으로는 ‘일주문’ 부터가 절의 영역)
그리고 ‘일주문’은 그 모양에서도 가끔 따로 받침기둥을 쓰기도 하지만 주기둥은 한 줄로만 씁니다.(가끔 이런 규칙에서 벗어날 법도 한데, 기둥을 두 줄로 쓴 경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냥 구조물이되 그렇다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일주문의 경우)절이 시작됨을 알리고 또 엄숙하기를 알린다는 점에서는 ‘홍살문’과도 같은 구실입니다.(‘홍살문’ 역시 영역 표시이고 장애물은 없습니다.)
역시 일본의 ‘토리이’(鳥居)나 중국-그리고 중국 영향이 큰 동남아 일부 나라들-의 ‘패방’(‘패루’라고도 함)이 같은 구실을 하는 구조물입니다.(하지만 적어도 ‘절’ 구조에서 만큼은 한국에만 일주문이 있다고도 합니다. ‘일주문’의 갈래를 짚어가다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습니다.)
의미 상으로 보자면 ‘홍살문’과 같은 계열로 묶을 수도 있겠고, 모양으로 보자면 ‘건물’ 가운데서도 ‘지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알맞을 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문’이나 다른 구실을 전혀 없이 그저 시작점을 알리는 이정표와 별로 다르지 않은 구실 때문입니다.
한국의 ‘홍살문’에서는 지붕을 씌운 것을 전혀 보지 못 했으나, 일본 ‘토리이’ 가운데는 살짝 지붕 모양을 씌운 것도 있고, 특히 중국의 ‘패방’의 경우에는 아예 제대로 지붕을 씌우거나 심지어 일주문과 달리 기둥을 네 개를 세워 더 크게 만든 것도 있습니다.

‘일주문’은 ‘스투파’ 입구의 문인 ‘토라나’(torana)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것이 홍살문, 중국의 패방, 일본의 토리이로 전해졌는데, 실제로 아주 옛날 절 앞에는 홍살문과 비슷한 것이 일주문 구실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결국 어디에 쓰이는가에 따라 다른 뿐, 일주문이나 홍살문은 결국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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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건축물 지물이니 building=yes에 문으로서의 역할을 했었으니 다시 building=gatehouse로 구체적으로 될 것이고. 종교적인 목적으로 건축되었으니 amenity=place_of_worship. 불교와 관련되었으니 religion=buddhist가 붙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에게 물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최근 새로 공개된 GPT-4 버전의 ChatGPT에게 일주문의 정보를 던져 주고 태그 목록을 추천 받아 봤습니다. 일주문 설명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주었습니다.

ChatGPT의 추천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amenity=place_of_worship: 일주문이 사찰의 입구에 위치해 있으므로 이 태그를 사용하여 사찰의 종교 시설로 표시합니다.
  2. religion=buddhist: 일주문이 불교 사찰에 속하므로 불교와 관련된 태그를 추가합니다.
  3. building=gate: 일주문이 사찰의 첫 번째 문임을 나타내기 위해 이 태그를 사용합니다.
  4. architectural_style=한국불교건축: 일주문의 독특한 양식을 나타내기 위해 한국 불교 건축 스타일로 표시합니다.
  5. name=일주문: 지도에서 지물의 이름을 표시합니다.
  6. name:ko=일주문: 한국어로 지물의 이름을 표시합니다.
  7. name:zh=一柱門: 중국어(한자)로 지물의 이름을 표시합니다.
  8. symbolism=일심: 일주문이 일심(一心)을 상징한다는 것을 표시합니다.
  9. roof:type=다포계 맞배지붕: 일주문의 지붕 유형을 표시합니다.

architectural_style, symbolism, 이라는 태그는 없는 것 같은데 AI 오류 같습니다.

roof:type은 이제 root:shape로 대체된 것 같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ChatGPT라는 걸 써 보고 있는데, 이게 가끔씩은 전혀 말이 안 되는 혹은 앞뒤가 안 맞는 혹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논리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세종대왕의 맥북 던짐 사건’은 유명합니다… 저도 그런 걸 많이 겪고 있고요…
'building=gate’는 합의된 키가 아니며 말씀하신 것처럼 architectural_style, symbolism, roof:type 같은 태그들은 어디서 긁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A.I를 이용하실 분들은 이런 점도 잘 살펴 쓰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참고로, 'barrier=gate’가 있기는 한데 이것은 그야말로 물체로써 ‘문’, '문짝’을 표시할 때 쓰는 것입니다.

덧붙여, '일주문’을 ‘gatehouse’(누대)로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자세한 설명은 위키문서에도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일주문’을 ‘entrance’(출입문)로 볼 것인지 조차도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추상적인 ‘문’(서양에서는 추상적인 ‘gate’. 'door’는 아님!)을 얘기할 때는 '일주문’도 '문’으로 볼 수 있지만, '통제’라는 문의 역할, 기능을 보자면 '일주문’은 그런 기능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뿌리가 같은 '홍살문’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저 '구조물’일 뿐, '문’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물론 결론은 내리지 않겠습니다만… ^^;; )

현재 OSM 에서는 홍문은 man_made=hongsalmun 로 사람이 만든 기능으로 분류되어있습니다 Key:man_made - OpenStreetMap Wiki

하지만 일본은 따로 분류가 있어서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ㅠㅠ

ChatGPT가 단순히 정보를 긁어오는 게 아니라 "OSM에서 건물은 일반적으로 building=*“으로 표현 + “세부 유형이 gate인 지물이니까 등호(”=”) 뒤에는 일반적으로 gate가 옴"이라는 경향성(높은 확률)을 합치다 보니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태그를 제안할 때 이런 유추력이 유용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