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지리에서 장소 이름과 얽힌 몇 가지 논의…(Regarding place names in geography)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글에는 OSM에서 서로 약속한 규칙에 대한 것도 있지만 주로 제 의견을 위주로 적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헷갈리지 않으시기를 바라면서, 제 의견이 큰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저와 다른 생각은 담담히 그 차이점이나 장단점, 그에 따른 논리를 적어 주시면 논의를 깊게 함은 물론 제게도 큰 배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름의 여러가지 속성…

OSM 위키문서에서 지형, 지물과 엮인 이름에는 가장 일반적인-개념이 좀 흐릿하지만 이어지는 설명과 견줘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름을 넣되, 덜 쓰이지만 본디 이름이 있거나 또다른 이름[별명]이 있다면 official_name=* 또는 alt_name=* 에 넣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이름’을 찾아내는 출처로 공식적인 표지판 같은 것에 드러나는 이름을 꼽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보기가 바로 타이[태국] 서울 ‘끄룽텝’[방콕]일 듯 한데, 우리가 흔히 ‘방콕’이라고 부르는 이름은 서양에 알려지면서 부르게 된 것이고 본디[공식] 이름은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무척이나 길어서 현지인들도 다 외우는 사람이 드문 이름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끄룽텝 마하나콘’을 이름으로 쓰고 있으며 줄여서는 ‘끄룽텝’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즉 공식 이름은 무척이나 긴 그 이름이며, ‘일반적인 이름’으로는 타이말로는 ‘끄룽텝 마하나콘’이 될 것이고 영어나 우리말로는 ‘Bangkok’ 혹은 ‘방콕’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일반적인 이름도 그 곳 사람들이 쓰는 이름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제 의견!)
견주자면, ‘롬’(Rome)이 아니라 ‘로마’여야 하고 ‘나성’(羅星)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혹은 ‘LA’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르자면 사실 ‘Paris’도 영어 식으로 ‘빠리’가 아니라 프랑스 말 소리에 가깝게 ‘빠히’가 되어야 하나, 오랫동안 써 온 말글 관행을 갑자기 혹은 일부 의견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이르는 ‘태국’과 함께 ‘타이’라는 표현도 꽤 많이 쓰는 것처럼, 그래서 둘 다 인정받는 것처럼 본디 제 소리대로 소리내어 주는 것이 좋지 않나 합니다.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꺼내는 것은, 만약 우리나라 ‘서울’을 일본 사람들이 일제 때 이름대로 ‘경성’(京城)이라 한다거나, 지금은 공식 중국말 표현이 있음에도 ‘한성’(漢城)이라 한다면 별로 기분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물론 알아듣기는 한다고 치더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기본 이름을 정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OSM 지도가 가지고 있는 흠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보기를 들자면, 구글지도의 경우에는 어떤 이름으로 찾아도, 심지어 좀 틀린 글자로 써도 강력한 구글 검색 얼개 덕분에 그 이름을 찾기가 쉽습니다만, 안타깝게도 OSM은 아직 그 정도는 되지 못 하는 듯 합니다.(그런 얼개를 갖추는 데에는 여러가지 필요한 것이 많다고 하네요…) – 얽힌 논의 보기
그렇다 보니 어떤 이름을 넣는가에 따라 검색의 편의성도 달라지고 검색 결과나 여러가지 탈이 생길 수 있는가 봅니다.

그 곳 사람들이 쓰는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하여…

또다른 보기로, 라오스의 서울은 흔히 ‘비엔티안’(Vientiane)이라고도 부릅니다.
본디 이름은 ‘위앙짠’(라오말글:ວຽງຈັນ)이고 로마자로 ‘Vientiane’이라 쓰는데, 이것을 영미권 사람들이 ‘비엔티안’ 혹은 ‘비엔티앤’으로 소리내지만 사실 저 글자는 프랑스 로마자입니다.(우리에게는 영어 중심 사고가 있어 로마자는 왠만하면 ‘영어’로 보지만 ‘영어’는 로마자로 쓸 수 있는 글자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게다가 엄연히 라오 말글로도 소리내는 이름은 ‘위앙짠’입니다.

또 하나 우리가 자주 헷갈려 하는 것이 바로 한족 글자(한자)로 적혀 있는 이름입니다.
우리와 함께 한자 문화권이면서 일찌기 한족 영향권에 있었던 볱남[베트남]의 서울 ‘하노이’는 한족 글자로 ‘河内’라고 씁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한자 소리대로 ‘하내’라고 읽거나 한족 소리대로 ‘허네이’라 소리내지 않습니다.
그 이름이 비록 한족 글자에서 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우리 식의 한자 소리값이 있듯이 볱남도 옛날 볱남 식 한자 소리 값대로 ‘하노이’라고 소리냅니다.(잠깐 덧붙이자면, ‘볱남’도 볱남식 로마자 표기법으로 ‘Viet Nam’이라 적는데, 우리는 옛날에는 한자 소리를 따라 ‘월남’이라 했다가 요즘은 일본식 소리를 따라 ‘베트남’이라 적지만 소리값은 ‘볱남’, 하다못해 '비엩남’에 가깝습니다.)

이 당연해 보이는 얘기를 왜 하는가 하면, 한자 문화권 지역 안에서 한족 글자(한자)로 된 이름이라 해서 우리 한자 소리값대로 읽거나 적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옛날에는 한자 문화권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한족 글자(한자)와 다른 소리를 내는 곳에서 한자 소리값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비록 적을 때는 한자를 적는다 치더라도 소리낼 때 만큼은 그 곳 사람들이 소리내는 대로 따라야 할 것입니다.(河内-하내:하노이, 東京-동경:도쿄)
이 얘기를 꺼내면 따라 나오는 탈 가운데 큰 것이 바로 ‘그럼 로마자는 어떻게 소리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본디 말소리값을 그대로 적을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어떤 로마자냐에 따라 소리를 따르면 되겠는데, 특히 소리값에 변형이 많은 미국식 영어에서는 적잖은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가끔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로마자 표기법에 따를지, 혹은 (변형이 잦은)본디 소리값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실랑이가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그대로 따르고 어디부터 옮길 것인가…

또 한 가지는, 그 이름에 우리 말글로 옮길 때 어디까지를 그대로 따르고 어디까지부터 우리말글로 옮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타이에 이름난 섬으로 ‘꼬 창’(타이말글:เกาะช้าง; 영어:Ko Chang)이 있습니다.
‘꼬’는 우리말로 ‘섬’이란 뜻이고 ‘창’은 곶 모양이 코끼리처럼 생긴 데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뜻을 완전히 우리말로 옮기면 ‘코끼리 섬’이 되겠으나 이런 경우에는 지형을 뜻는 ‘꼬’는 우리말 ‘섬’으로 옮기되 고유한 이름은 ‘창’은 그대로 붙여서 ‘창 섬’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아래에 보기로 들 ‘남산’이나 ‘한강’은 여기서 살짝 벗어나는 예외가 될 것입니다.)

가끔은 (규칙에서 벗어나더라도)관행을 따라야…

그 밖에 또 살펴봐야 할 것으로, 원칙은 너무나 또렷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원칙에서 벗어나서 관행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남산’이나 우리나라 가운데 지방을 흐르는 ‘한강’인데, 원칙에 따르면 ‘Nam Mountain’, ‘Han River’가 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너무 일반적이고 짧은 탓에 언뜻 알아듣기 어려운 점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Nam Mountain’, ‘Han River’도 쓸 수 있지만 주로 그냥 ‘Nam San’ 혹은 ‘Han Gang’으로 부르라고 하기도 하고 공식적으로는 ‘Nam San Mountain’, ‘Han Gang River’를 쓰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가지런히 하기

  • 일반적인 이름을 기본 이름으로 삼되, 공식 이름이나 또다른 이름 같은 것을 적어주는 것이 좋다.
  • (왠만하면)그 곳 사람들이 쓰는 이름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
  • 이름 가운데 고유한 부분은 그대로 따르고 일반적인 부분은 우리말글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 가끔은 (규칙을 벗어난)관행을 따라야 할 때도 있겠다.

** 본디 글은 제 누리방의 '지리에서 장소 이름과 얽힌 몇 가지 논의…'입니다. 본디 글만 고쳐지고 덧붙여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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